
[정주행] 세 친구의 약속을 깬 로또 1등, 그리고 시작된 비극
11화 '소금군, 후추양, 간장 변호사'는 도박장에서 만난 세 명의 친구가 "누구든 로또 1등에 당첨되면 공평하게 나누자"는 약속을 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중 한 명이 1등에 당첨되어 60억이라는 거액을 거머쥐게 되죠. 하지만 당첨자는 당첨되자마자 입을 싹 닦고 약속을 모른 척합니다.
이에 나머지 두 친구가 한바다 로펌의 변호사들을 찾아와 소송을 의뢰하고, 우영우는 '당첨금 분배 약속'을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결국 우영우의 활약으로 승소하여 돈을 나누게 되지만, 이 승리는 비극의 시작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당첨금을 나눠 받은 의뢰인 '신일수'가 돈을 손에 쥐자마자 조강지처를 버리고 내연녀와 새살림을 차리기 위해 이혼을 계획하며, 인간의 가장 추악한 배신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사건분석] 도박 자금으로 산 로또, 당첨금 분배 약속은 유효한가?
이번 재판의 법적 쟁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도박 자금으로 구매한 로또 당첨금 분배 약속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원칙적으로 도박은 불법이기에 그와 관련된 계약은 무효(불법원인급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도박 자체가 아닌 '당첨금 분배'라는 약속 자체의 진정성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둘째, '구두 약속의 증거력'입니다. 종이에 쓴 계약서가 없더라도 목격자의 진술을 통해 약속이 실재했음을 증명해야 했죠. 우영우는 도박장에서 일하는 직원을 증인으로 세워 결정적인 증언을 확보해 냅니다. 하지만 승소 후 신일수가 아내를 내쫓기 위해 이혼 소송을 준비하며 재산을 빼돌리려 한 행위는, 법이 '권리'를 찾아줄 수는 있어도 사람의 '도덕성'까지는 강제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씁쓸한 대목이었습니다.

[나의 생각] "사람은 돈 앞에 간사해진다"… 『돈의 속성』으로 바라본 신일수의 파멸
의뢰인 신일수는 재판을 의뢰하러 왔을 때 씁쓸하게 뱉은 대사가 있습니다. "사람이라는 것은 참 돈 앞에서는 간사해집니다." 이 말을 한 신일수는 로또복권 당첨금을 분배받자마자 내연녀와 살기 위해 이혼부터 생각합니다. 아내와 아이들을 책임지던 가장이 거액의 돈 앞에서 이토록 순식간에 간사해지는 모습을 보며, 인간의 욕망에 대해 깊은 씁쓸함이 밀려왔습니다.
이 장면을 시청하는 동안 내내 제 머릿속에는 김승호 회장님의 저서 『돈의 속성』에 나온 내용들이 끊임없이 맴돌았습니다.
책에서는 돈의 5가지 속성(1. 돈은 인격체다 2. 규칙적인 수입의 힘 3. 돈의 각기 다른 품성 4. 돈의 중력성 5. 남의 돈에 대한 태도)과
돈을 다루는 4가지 능력(1. 돈 버는 능력 2. 모으는 능력 3. 유지하는 능력 4. 쓰는 능력)을 강조합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신일수는 돈을 다루는 속성과 능력을 단 하나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불법 도박장에서 요행으로 얻은 '품성이 나쁜 돈'을 가졌고, 남의 돈을 빼앗아 채운 재산이었으며, 그 돈을 유지하거나 올바르게 쓰는 능력은 전무했죠. 돈을 인격체로 대하지 않고 그저 욕망의 수단으로만 대했기에, 결국 '인격체인 돈'이 신일수를 어리석은 자로 판단하고 스스로 그를 떠나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 그의 아내는 힘든 상황에서도 묵묵히 헌신하며 삶을 일구어온 사람이었습니다. 돈의 속성을 이해하고 지킬 수 있는 단단한 내면을 가진 배우자였기에, 결국 돈이 신일수를 떠나 정당한 자격을 갖춘 아내와 아이들에게로 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9화 리뷰에서 적었듯 "좋은 것이 들어가야 좋은 것이 나오는 법"인데, 탁한 욕망만 품었던 신일수의 끝은 결국 허무한 죽음이었습니다.

[마치며] 법률을 넘어 돈과 인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시간
결국 신일수는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그토록 아내를 내쫓으며 독차지하려 했던 당첨금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내와 자식들에게 고스란히 상속됩니다. 욕망에 눈먼 배신의 끝은 결국 파멸이었고, 돈은 제 자리를 찾아갔습니다.
이번 11화는 변호사들의 치열한 법률 공방을 보는 재미도 컸지만, 저에게는 『돈의 속성』에서 말하는 메시지들과 결합되어 '내가 돈을 대하는 태도'와 '인간의 본성'에 대해 한 번 더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정말 귀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레이 달리오의 원칙처럼, 이 고통스러운 인간 군상을 보며 얻은 성찰이 제 삶을 또 한 단계 진보시켜 주리라 믿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정명석 변호사의 갑작스러운 건강 적신호와 함께, 한바다 팀이 다 함께 제주도로 떠나게 되는 12화 '양쯔강 돌고래'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