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주행] "보고 싶지만 들키면 안 돼"… 우영우의 뚝딱거림과 정명석 변호사의 부재가 주는 무게
15화 '묻지 않은 말, 시키지 않은 일'은 이별의 후유증과 든든한 멘토의 부재로 인해 한바다 팀원들이 큰 시험대에 오르는 과정을 그립니다. 이준호와 이별한 후, 그가 너무나 보고 싶지만 본인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회전문 앞에서 뚝딱거리는 우영우의 행동은 보는 내내 참 귀여우면서도 가슴이 안쓰러웠습니다.
특히 이번 화는 수술로 자리를 비운 정명석 변호사의 부재가 얼마나 큰지, 팀원들이 그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닫는 회차였습니다. 아픈 정명석 변호사를 위로하러 병원에 간 영우는 나름대로 사람들과 마음을 공유하려고 애를 쓰지만, 우영우의 자폐 특성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오해하기 딱 좋은 말들(예를 들면 죽음에 대한 이야기 등)을 쏟아냅니다.
하지만 정명석 변호사는 화를 내기는커녕, 새로 온 장승준 변호사와 부딪히며 혼란스러워하는 우영우에게 "선배 변호사와 일할 때는 져주기도 하고 멈춰 서기도 해야 하며 동료들과 의논하라"며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현명하게 조언해 줍니다. 아이를 훈육할 때 잠시 감정을 가라앉히는 '타임아웃' 시간처럼, 우영우에게도 조직 생활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선배와 조율하는 법을 가르쳐 준 것이죠. 이런 참된 스승이자 선배가 곁에 없다는 현실이 한바다 팀원들에게는 너무나 크고 차가운 공백으로 다가왔습니다.
[사건분석] 장승준 변호사의 비겁한 배신과 인맥도 안 통하는 단호한 법정
정명석 변호사 대신 키를 잡은 장승준 변호사는 철저히 자기 안위만 챙기는 인물이었습니다. 재판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변론을 주도한 우영우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재판에서 배제해 버리고, 한 팀으로 고생한 팀원들을 저버리는 '배신'을 감행합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치졸하고 얄밉던지 웃음이 나면서도 직장의 씁쓸한 현실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장승준 변호사는 어떻게든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판사와의 인맥을 이용해 사적으로 접근하려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판사님은 대형 로펌의 압박이나 사적인 인맥이 들어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칼같이 잘라서 거절하더군요. 법정에서 인맥 꼼수가 통하지 않고 원칙대로 단호하게 재판을 이끄는 판사님의 모습에서는 묘한 카타르시스와 함께 법치주의의 살아있는 정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의 생각] 유일한 박사님의 기업가 정신, 그리고 위기 속에서 동료를 지키는 진짜 동료애
'라온'의 4,000만 명 정보 유출 사태와 3,000억 과징금 위기를 보면서, 제 머릿속에는 유한양행의 고(故) 유일한 박사님의 사례가 강렬하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과거 유일한 박사님은 기업의 이익보다 '정직한 납세'와 '사회적 책임'을 최우선으로 삼으셨고, 전 정권의 혹독한 세무조사 속에서도 단 한 건의 부정부패도 나오지 않아 오히려 기업의 청렴함을 증명해 내셨던 위대한 일화가 있습니다.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업가로서, 라온의 경영진들이 유일한 박사님 같은 철저한 책임감과 도덕성을 가졌더라면 의뢰인이 법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는 씁쓸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13화에서 공부했던 '주식회사의 의무와 책임'은 단순히 공금을 아껴 쓰는 것을 넘어, 고객의 신뢰를 끝까지 책임지는 품성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다시금 절감합니다.
20년 넘게 사회생활을 해온 선배로서 장승준 변호사의 상명하복 논리에 맞선 한바다 후배들의 모습은 큰 감동이었습니다. 장승준 변호사는 우영우를 내쫓았지만, 최수연과 권민우는 우영우가 찾아낸 '법리적 실마리'를 재판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우영우의 아이디어를 지켜냅니다.
내가 불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눈앞의 이익을 위해 동료를 밟고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지켜주고 연대할 수 있는 동료애가 살아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제 마음과 정확히 일치하는 감동적인 장면이었습니다. 12화에서 제가 힘든 시험관 시술을 겪을 때 저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도와주었던 고마운 직장 동료들이 있었기에 제가 버틸 수 있었던 것처럼,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조직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이런 단단한 동료애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마치며] 이준호의 절절한 고백과 우영우의 아린 마음, 고통을 성찰로 바꾸는 진보
15화의 마지막, 이준호는 우영우를 향해 일방적일지라도 우영우의 세계를 온전히 안고 가겠다는 절절한 사랑을 고백합니다. 이준호의 진심이 너무나 눈물겨웠지만, 자신의 처지와 장애라는 현실의 벽을 생각하며 그 고백을 애써 밀어내야만 하는 우영우의 가슴 아린 표정에 제 마음도 함께 저려왔습니다.
하지만 14화에서 적었듯, 누군가 일방적으로 참고 따르는 사랑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이 아픈 고통 속에서 두 사람이 끊임없이 대화하고 서로의 기준을 조율해 나갈 때 진짜 사랑이 완성될 것입니다.
레이 달리오의 원칙처럼, 한바다 팀원들은 장승준 변호사의 배신과 이별이라는 거대한 '고통'을 마주했습니다. 하지만 우영우의 아이디어를 함께 지켜낸 동료애라는 위대한 '성찰'이 있었기에, 이들은 마침내 다음 마지막 화에서 진정한 '진보'를 이루어낼 것입니다.
태산의 수장 태수미와의 마지막 결전과 우영우의 최종 성장이 기다리는 마지막 회, 16화 '이상하고 별나지만'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