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주행] 잃어버린 온기를 찾아서, 어미 고래의 5년의 기다림
6화 '내가 고래였다면'은 드라마 전체를 통틀어 가장 눈물샘을 자극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은 탈북자 출신의 피고인 계향심 씨가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그녀는 공범이 붙잡힌 상황에서도 무려 5년 동안이나 도망자로 살았습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면 그녀는 공권력을 피해 도망친 '질 나쁜 도주자'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가 5년을 숨어 지내야 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사건 당시 겨우 돌이 지났던 젖먹이 딸아이가 "엄마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을 때까지만" 키워놓고 자수하겠다는, 법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애틋한 모성애 때문이었습니다. 딸에게 엄마라는 존재의 온기를 남겨주기 위해 보낸 1,825일의 시간. 우영우는 이 눈물겨운 사연을 접하며,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거대하고 낯선 바닷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사건분석] 형법 제30조 공동정범과 눈물로 쓴 정상참작
6화의 법적 쟁점은 '형법 제30조 공동정범'의 성립 여부, 그리고 집행유예를 받아내기 위한 '양형 변론'이었습니다. 계향심 씨는 피해자를 직접 폭행하거나 상해를 입히지 않았습니다. 돈을 받으러 가는 길에 동행했을 뿐이었죠. 하지만 우리 법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하기 때문에, 그녀 역시 최소 징역 7년이 선고되는 중범죄인 '강도상해죄'의 멍에를 쓸 위기에 처합니다.
우영우와 최수연은 그녀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탈북자라는 문화적 특수성'을 주장하고,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찾아내 판사를 설득하려 사방으로 뛰어다닙니다. 비록 재판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딪히며 좌절하기도 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집요함은 법전의 차가운 글자 속에 갇혀 있던 '인간 계향심'의 진심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계기가 됩니다.

[나의 생각]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시선으로 본 위대한 모성애
이번 6화는 저에게 그 어떤 에피소드보다 유독 마음 깊숙이 와닿았습니다. 현재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화면 속 계향심 씨의 눈물과 선택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유가 무엇이든 타인을 위협하고 상해를 입힌 범죄 행위는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도망자가 되어 숨어 지내는 그 지옥 같은 시간 속에서도 오직 아이만을 생각하고, 자신의 죗값을 온전히 치르기 위해 결국 제 발로 걸어 나와 자수를 선택하는 그 결연한 모습에서는 눈물을 참기 어려웠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자식을 지키고 바르게 키우고 싶어 하는 '위대한 엄마의 마음'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우영우가 들려준 고래 사냥 이야기도 이와 똑같은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고래 사냥꾼들은 어미를 잡기 위해 일부러 새끼 고래를 먼저 공격하고, 어미 고래는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새끼 곁을 지킨다고 합니다.
우영우는 "내가 고래였다면 엄마도 날 안 버렸을까?"라는 서글픈 질문을 던지지만, 계향심 씨의 삶이 이미 그 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우영우의 로스쿨 동기인 최수연의 따뜻함이 더해집니다. 모두가 경쟁에 매몰되어 있을 때 우영우를 향해 묵직한 배려를 건네던 그녀에게 우영우는 "너는 봄날의 햇살 같아"라는 찬사를 보냅니다.
자식을 향한 어미 고래의 뜨거운 사랑과, 친구와 피고인을 인간으로 바라봐 준 최수연의 따스함이 차가운 법정을 녹이는 순간이었습니다.

[마치며] 차가운 법정을 녹인 기적 같은 판결
벼랑 끝에 몰렸던 재판의 결말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반전을 맞이합니다. 우영우와 최수연이 놓쳤던 핵심, 바로 계향심 씨가 '스스로 걸어와 자수했다'는 당연한 사실을 판사가 외면하지 않고 그 진심을 깊이 헤아려준 덕분이었습니다. 판사는 그녀에게 징역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딸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법은 언제나 자를 대듯 냉정하고 차갑게 집행되어야 한다고 믿는 이들에게, 이번 6화는 법의 진정한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자수 감경이라는 법리를 넘어서, 한 어머니의 5년간의 헌신과 약자를 향한 변호인들의 진심이 판사의 마음을 움직여 기적을 만들어낸 순간이었습니다.
어미 고래의 품처럼 따뜻한 구원을 안겨준 6화. 다음 글에서는 드디어 한바다 로펌을 뒤흔드는 우영우의 출생의 비밀과 거대한 고래들의 싸움이 시작되는 7화 '소덕동 이야기 I' 편으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