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주행] "자폐는 저마다 다릅니다" : 3화가 던진 묵직한 화두
3화 '펭수로 하겠습니다'는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묵직한 질문을 합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변호사 우영우가, 자신과는 전혀 다름 모습의 자폐를 가진 피고인 김정훈을 변호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그렇고 많은 사람들은 '자폐'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증상을 묶어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3화에서는 '스펙트럼'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자폐 안에도 얼마나 다양한 층위가 존재하는지 보여 주고 있습니다.
우영우가 정훈 씨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노란색 펭수 복장을 입고 "펭-하!"를 외치는 장면은 웃음 뒤에 숨겨진 깊은 슬픔을 자극하며 극 속으로 몰입시킵니다.
2. [사건분석] 형법 제10조 심신상실과 '눈에 보이는 현상'의 함정
이번 사건의 겉모습은 의대생 형을 죽음에 이르게 한 동생 정훈 씨의 비극적인 폭행 사건입니다.
법적으로는 형법 제10조(심신장애자)에 따른 '심신상실'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우리 법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법리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법률적 판단보다 더 무서운 '눈에 보이는 형상'의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사람들은 정훈 씨의 돌발적인 행동과 펭수 노래에 집착하는 모습만 보고 그가 형을 죽였다고 단정 지어 버립니다. 심지어 우영우 변호사가 송무팀 이준호와 외근 중에 만난 후배조차, 영우의 외모와 행동만 보고 그녀를 전문직 변호사가 아닌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으로 오해하며 봉사 활동 중이냐는 실례되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타인을 얼마나 단편적인 현상만으로 판단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3. [나의 생각] 펭수 노래 뒤에 숨겨진 진실, 본질을 보려는 우영의 시선
하지만 우영우 변호사는 달랐습니다. 그녀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현상에 머물지 않고, 그 주위에 있는 모든 것과 인물의 진심을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집요한 관찰이 결국 '펭수 노래' 뒤에 숨겨진 진실 형을 죽이려 했던 광기가 아니라 형을 살리려 했던 간절한 마음을 밝혀내는 열쇠가 되었습니다.
영우의 이런 모습을 보며 제 자신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나 또한 세상의 일들을 그저 보이는 현상으로만 성급하게 판단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진실은 언제나 눈에 보이는 것 그 주위와 너머에 있다는 사실을, 우영우 변호사는 조용히 증명해 보입니다. 법률적인 감형 전략보다 중요한 것은, 한 인간의 본질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눈'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4. [마치며] 예쁜 화면 뒤에 숨겨진 성장통, 우영우의 사직서
영우는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내고도, 자신이 법정에 서는 것이 피고인에게 불리하다는 판단하에 스스로 물러나는 결심을 합니다. 사직서를 제출하는 영우의 뒷모습에서 우리는 성취의 기쁨보다는 성장의 아픔을 먼저 보게 됩니다.
출근길에 떠올랐던 생각처럼, 이 드라마는 법정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이 참으로 아름답고 예쁜 화면으로 그려집니다.
영우가 사직서를 내고 한바다를 떠날 때의 노을 진 하늘을 고래가 헤엄 치는 장면과 본인 이름을 한참을 바라보는 배경은 그녀의 슬픔을 더욱 서정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슬픔은 멈춤이 아닌, 더 큰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일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4화 '삼형제의 난' 에피소드를 통해 다시 돌아온 영우의 활약과 상속 계약서에 숨겨진 법적 함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