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9 <도깨비> 전생과 현생의 굴레 (저승사자의 첫 만남, 과거의 상처, 운명의 연결) 솔직히 저는 처음 도깨비를 볼 때 저승사자(이동욱)를 그냥 조연 정도로 봤습니다. 도깨비(공유)와 은탁(김고은)의 로맨스에 시선이 쏠리다 보니, 저승사자와 써니(유인나)의 이야기가 얼마나 묵직한 서사를 품고 있는지 처음엔 제대로 못 읽은 거죠. 2화부터 12화까지 다시 되짚어 보니, 이 드라마의 진짜 무게 중심이 어디 있는지 이제야 선명하게 보입니다.저승사자의 첫 만남과 기억의 공백이 만든 비극2화에서 저승사자가 써니와 처음 마주치는 장면을 저는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특별히 대단한 무언가가 일어난 것도 아니었는데, 이동욱 배우의 눈빛 하나로 이미 전생의 감정이 다 담겨 있었거든요. 제가 직접 그 장면을 반복해서 돌려봤는데, 이유 없이 눈물이 차오르는 저승사자의 표정이 연기가 아니라 실제 감정처럼 느껴졌.. 2026. 6. 15. <도깨비> 지은탁 (긍정 마인드셋, 성장 동기, 자기효능감) 긍정적인 사람이 결국 더 잘 풀린다고, 일반적으로 많이들 그렇게 믿습니다. 그런데 저는 20년 넘게 사회생활을 해오면서 그 믿음이 절반만 맞다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드라마 속 지은탁을 보다가 그 이유를 비로소 언어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긍정 마인드셋: "다 잘될 거야"와 "오늘 할 일"은 다르다일반적으로 긍정적인 태도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낙관주의와 동일하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막연한 낙관과 단단한 긍정 마인드셋(mindset)은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여기서 마인드셋이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하느냐를 결정하는 인지적 틀, 즉 사고방식의 구조를 의미합니다. 드라마 속 지은탁은 이 둘의 차이를 몸으로 보여줍니다. 갈 곳이 없어진 절체절.. 2026. 6. 14. 가슴에 무거운 검을 꽂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 — <도깨비>프롤로그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1화부터 이렇게 압도당할 줄은 몰랐거든요. 고려 시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타임라인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처음에는 반신반의였는데, 막상 보고 나니 멍하니 화면만 쳐다보게 되더라고요. 방영된 지 딱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전혀 낡은 느낌이 없는 드라마, 도깨비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900년 저주를 담은 서사구조와 미장센일반적으로 판타지 드라마는 세계관 설명에 초반 2~3화를 쏟아붓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도깨비 달랐습니다. 제가 직접 1화를 처음 틀었을 때, 고려 시대 전장 장면이 시작하자마자 영화관에 앉아 있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배경음악과 영상의 밀도가 일반 드라마 수준이 아니었거든요. 1화의 서사는 크게 세 개의 독립된 축으로 구성됩니다. .. 2026. 6. 13. 연모 영상미 (미장센, 색채, 촬영지) 솔직히 저는 사극을 그렇게 즐겨 보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화려한 복식과 궁궐 배경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달까요. 그런데 드라마 '연모'를 보다가 한 장면에서 멈춰버렸습니다. 곤룡포의 색감이 단순한 시각적 장식이 아니라 이휘라는 인물의 내면을 대신 말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미장센이 만들어낸 역설의 공간일반적으로 사극의 궁궐 장면은 "화려함을 보여주기 위한 배경"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연모'를 보면서 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미장센(mise-en-scène)이란 프랑스어에서 온 영화·드라마 연출 용어로, 화면 안에 배치되는 모든 시각적 요소, 즉 조명, 배경, 인물 위치, 색감을 총체적으로 설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모'의 연출진은 이 미.. 2026. 6. 12. 연모 OST (드라마 몰입감, 감정선, 찰떡 궁합) 드라마를 보다가 음악 때문에 눈물이 터진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저는 연모를 보면서 딱 그런 순간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화면은 멈춰 있어도 귀에 흐르는 선율 하나가 가슴을 콕 찔러서 눈물이 먼저 나오는 그 느낌. 연모 OST는 제게 그런 드라마였습니다.드라마 감정선을 두 배로 끌어올린 OST의 힘솔직히 처음 연모를 틀었을 때는 박은빈 배우의 연기력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한 회, 두 회 보다 보니 어느 순간 "이 음악이 없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장면 하나하나에 음악이 얼마나 정밀하게 맞아 들어가는지, 제가 직접 느껴보니 그게 결코 우연이 아니더라고요.드라마 음악에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 바로 언더스코어(Underscore)입니다. 언더스코어란 대사나 장면 아래에 깔리.. 2026. 6. 11. 연모 최종화 (왕관, 자기서사, 성장) 왕좌에 오르는 것이 진짜 성공일까요? 드라마 20화 최종화를 보고 나서 이 질문이 며칠째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예상치 못하게 눈물이 났는데, 정확히는 주인공이 왕관을 쓰는 순간이 아니라 그것을 내려놓는 순간이었습니다.왕관을 벗었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휘가 곤룡포를 벗고 소박한 여인의 옷을 입는 마지막 장면은, 어떤 면에서 보면 퇴장처럼 읽힐 수도 있습니다. 왕좌라는 절대 권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전혀 다른 감정을 느꼈습니다. 이건 패배가 아니라 자기서사(自己敍事), 즉 자신이 스스로 자기 삶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힘을 되찾은 순간이었습니다.드라마에서 이휘는 20화 내내 왕으로서의 정체성과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끊.. 2026. 6. 10. 이전 1 2 3 4 5 6 7 8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