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9 <모노노케 히메> (셀 애니메이션, 자연과 인간, 미야자키 하야오) 솔직히 저는 이 작품을 보기 전까지 미야자키 하야오가 누군지도 몰랐습니다. 감독의 다른 작품들을 본 적은 있었지만 그냥 만화 정도로 여겼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모노노케 히메를 처음 보던 날,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화면에 그냥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전과 후로 제 애니메이션 관람 인생이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셀 애니메이션의 끝을 장식한 작품일반적으로 오래된 애니메이션은 작화가 거칠고 표현에 한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모노노케 히메는 그 편견을 완전히 뒤집는 작품입니다. 1997년 작품임에도 초반 재앙신이 등장하는 장면은 지금 봐도 숨이 막힐 정도입니다.모노노케 히메는 스튜디오 지브리 최후의 셀 애니메이션(cel animation)으로 기록됩니다. 여기서 셀 애니메이션이.. 2026. 6. 22. <도깨비> 최종회 (유한한 삶, 시청률, 감동 여운) tvN 드라마 최종회가 평균 시청률 20.5%, 최고 22.1%를 기록하며 tvN 역대 드라마 1위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아, 저만 이렇게 울었던 게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청률이라는 숫자가 이렇게 따뜻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습니다.20.5%가 증명한 것: 유한한 삶이 왜 더 아름다운가이 드라마가 단순히 판타지 로맨스로 소비되지 않은 이유는 서사 구조(narrative structure)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기서 서사 구조란 단순한 줄거리의 순서가 아니라, 인물의 선택과 결과가 맞물려 주제를 완성시키는 이야기의 골격을 말합니다. 는 고려시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 위에 삶, 죽음, 환생이라는 세 축을 정교하게 얹었고, 그 위에서 인간이 경험할.. 2026. 6. 20. <도깨비>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간신 박중헌, 기타누락자, 육아관) 솔직히 12회를 보면서 처음엔 '이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갈 줄은 몰랐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간신 박중헌이 고려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악연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과 운명이라는 훨씬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 질문은 드라마 속 인물들만이 아니라, 화면 밖의 저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간신 박중헌, 고려에서 현재까지 이어진 악연의 실체12회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단연 박중헌(김병철 분)의 정체가 완전히 드러나는 대목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도 "설마 이 인물이 저승사자의 기타누락자 명부에 올라가 있을 줄이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타누락자 명부란 저승의 정상적인 처리 절차에서 빠져나간 존재들을 기록한 .. 2026. 6. 19. <도깨비> 동거 (동료애, 연대, 유덕화) 가장 티격태격하는 사이가 가장 단단한 팀이 된다는 말, 믿으시겠습니까? 드라마 도깨비를 다시 꺼내 보면서 저는 그 오래된 말이 맞다는 걸 새삼 실감했습니다. 938세 도깨비, 전생도 기억 못 하는 저승사자, 재벌 3세 가신의 후손이 한 지붕 아래 살아가는 이야기는 웃음과 아픔이 뒤섞인, 보기 드문 연대의 기록이었습니다.절대 같이 살 수 없는 사람들이 한 집에 모인 이유도깨비 김신과 저승사자의 동거는 처음부터 어이없는 설정입니다. 불멸의 존재와 죽음을 관장하는 존재가 같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사소한 것에 초능력을 겨루는 장면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웃음이지만, 실은 신(神)이 의도적으로 설계한 구도였다는 게 드라마가 깊어질수록 선명해집니다.여기서 '가신(家神) 서사'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가신 서사란 .. 2026. 6. 18. 도깨비 OST (노래방, 추억, 명곡)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을 때, 저는 늘 같은 노래를 먼저 찾습니다.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잘 부른다고는 절대 못 하겠지만, 그냥 부르고 싶어 집니다. 도깨비를 본 이후로 저의 노래방 애창곡이 완전히 바뀌었고, 그게 벌써 10년 가까운 이야기입니다.노래방에서도 손이 가는 OST, 왜 이 곡인가사람마다 노래방에서 꼭 부르는 곡이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신나는 댄스곡을 선호한다고 하고, 또 어떤 분들은 트로트를 고집한다고도 하지요. 저는 원래 노래방을 자주 가는 편이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면 반드시 선곡하는 곡이 생겼습니다. 도깨비 OST Part 9,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입니다.https://youtu.be/gWZos5_TgVI?si=JCOnRB8kBSVlMzpc[[FM.. 2026. 6. 17. <도깨비> 영상미 (미장센, 색채미학, 10주년) 10년이 지난 드라마를 다시 보면서, 첫 장면부터 손을 못 놓게 만드는 도깨비. 제가 도깨비를 다시 정주행 하면서 든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이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가 아니라, 움직이는 회화입니다. 배우, 스토리, 음악,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주는 영상미까지, 어느 하나 아쉬운 게 없었습니다.미장센이 만들어낸 찬란한 대비도깨비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장면이 이렇게 아름다운 건데, 왜 마음은 이렇게 먹먹할까요?그 이유가 바로 이 드라마의 핵심 연출 기법인 미장센(Mise-en-scène)에 있습니다. 미장센이란 프랑스어로 '무대 위에 올려놓다'는 뜻으로, 화면 안에 담기는 모든 시각적 요소, 즉 인물의 위치, 조명, 색감, 공간 배치를 하나의 의도된 그림처럼 구성하는 연출 .. 2026. 6. 16. 이전 1 2 3 4 5 6 7 ··· 10 다음